Suggest 2016 winter

서울의 네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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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공예, 태피스트리, 시, 그리고 차.
시간을 느리게 쓸 줄 아는 사람들이 공통의 관심사로 모여 취향을 공유하고 인간적인 정을 쌓아가는 따뜻한 방이 있다.
곧 만인의 사랑방이 되리라 확신하게 되는 서울의 네 공간.

畵房

Area Plus
에리어플러스

보는 것만으로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사물이 있다. 지문이 새겨 있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는 정성과 노력. 사물에 깃든 창작자의 무언가가 보는 이의 마음에 옮겨붙는 불씨일 것이다. 그래서일까. 에리어플러스에 조용히 놓인 공예품들을 마주하고 있자면, 거침없던 손짓도 작은 새를 안으려는 듯 다소곳해진다. 만지기 보다는 쓰다듬고 싶은 생김, 그림이나 풍경처럼 물끄러미 바라보게 되는 완결성, 그러나 정확한 쓸모. 윤세호 작가의 분청 다기, 김남희 작가의 세라믹 접시, 박수이 작가의 옻칠 그릇, 윤이랑 작가의 황동 화병, 염동훈 작가의 나무 식기 등 에리어플러스가 소개하는 공예품들은 그렇게 서로 닮아 있다. 더 매력적인 점은 그 사물끼리의 어울림. 고르고 골라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들’만 모으겠다는 진심과 뚝심으로부터 자연스럽게 또 세심하게 조율된 조화일터다. 사실 에리어플러스는 공간 설계를 주로 하는 동명의 디자인 스튜디오다. 그간 디자인한 공간에 가장 어울리는 소품을 직접 수소문해왔고, 그렇게 찾아낸 공예품들을 더 많은 이들에게 소개하고자 하는 바람으로 사무 실 한편에 쇼룸을 마련했다. 결국, 에리어플러스가 제안하는 것은 낱개의 오브제가 아니라 ‘에리어플러스 풍의 라이프스타일’이다. 매달 개최하는 워크숍도 그 일환인 셈. 지난여름 박기철 원예가의 가드닝 클래스를 시작으로, 멜로우송 이송희 작가의 천연 왁스 방향제 메이킹 클래스 등을 개최했고, 최근에는 차 문화를 전공하고 연구하는 홍소진 선생과 함께 다도 클래스를 열어 좋은 차를 고르고 우리는 법, 더욱 맛있게 즐기는 법 등을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 에리어플러스의 워크숍은 매달 개최되며 온라인숍을 통해 예약 가능하다.

에리어플러스
· 10am-6pm (주말 휴무) · 서울시 강남구 언주로168길 6 현담원 6F
· 070.7554.7777 · areaplus.kr

工房

Blue Hour
블루 아워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직장인의 삶. 다시 저녁 6시부터 밤 12시까지 생활인의 삶. 분초를 다투며 째깍째깍 흘러가는 삶과 삶 사이, 직장인이나 생활인이 아닌,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은 몇 시간 몇 분쯤 될까. 책을 읽고 차를 우려 마시는 그 사소하리만치 평범한 시간이 새삼 간절하다. 태피스트리 아틀리에 블루 아워의 이상희 작가 역시 ‘그 시간’을 꿈꿔왔 던 것 같다. 올해 초 직장을 그만두고 취미 삼아 연남동의 어느 공방에서 2개월간 위빙을 배웠던 게 블루 아워의 시작이었으니까 말이다. (물론 대학에서 섬유미술을 전공한 이력도 한몫했을 거다.) 에릭 로메르의 화 <레네트와 미라벨의 네 가지 모험> 중 첫 번째 에피소드의 제목에서 따왔다는 이 예쁜 이름은 해 뜰 녘이나 해 질 녘, 하늘이 푸르스름한 빛을 띠는 시간대를 의미하는 말이다. 마치 그 시간에 지었을 듯한 월행잉이나 티 코스터 같은 블루 아워의 오브제들은, 뚜렷한 대상을 묘사하는 대신 추상화의 그것처럼 색이나 형태, 질감 등이 강조되며 구성미를 자아내는 점이 특징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상희의 작업에는 어쩐지 친구가 만들어준 것 같은 따뜻함, 친근함, 편안함, 말하자면 ‘우정’ 같은 게 먼저 어루만져진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위빙 클래스 역시 친구를 사귀듯 시작됐다. 인스타그램에 올린 작업을 보고 패션모델 강소이가 첫 수강생을 자처했던 것. 마땅한 수업 공간이 없어서 집과 카페를 전전하다가 한 명 두 명 수강 생이 늘면서 지금의 이태원 작업실을 차리고 본격적인 클래스를 도모했다. 블루 아워의 위빙 클래스는 1주일에 한 번, 4주 과정으로 이뤄지며 기초반, 중급반, 심화반으로 구성된다. 원데이 클래스도 개최되니 일상의 블루 아워를 꿈꾼다면 수시로 인스타그램을 확인할 것.

블루 아워
· 서울시 용산구 보광로 109 301호 · blog.naver.com/lou1102
· instagram.com/blue_hour_

冊房

wit n cynical
위트 앤 시니컬

그야말로 ‘동네 책방 부흥기’라 부를만하다. 독립 출판물을 전문으로 다루는 서점부터 특정 분야의 도서를 취급하는 서점, 급기야 맥주를 함께할 수 있는 서점까지 등장했다. 위트 앤 시니컬은 한마디로 ‘시인이 운하는 시 전문 책방’이다. 신촌기차역 맞은편 붉은색 벽돌 건물 3층, 파스텔뮤직이 운하는 카페 파스텔의 한편에 자리하고 있다. 시집 <오늘 아 침 단어>와 <당신의 자리 - 나무로 자라는 방 법>을 냈고, ‘2011 올해의 젊은 시인상’을 받기도 했던 유희경 시인이 무더웠던 지난여름에 문을 열었다. 시를 전문으로 하는 책방답게 위트 앤 시니컬의 책장에는 문학과 지성사, 문학동네, 민음사 등 웬만한 서점에서도 제대로 갖추지 않은 문학 출판사의 시집 시리즈로 빼곡하다. 1,500여 종의 시집뿐만 아니라 시 잡지 <일상시화> 같은 정기간행물도 만날 수 있 다. 3평 남짓 작은 공간, 이곳의 중심을 차지하는 것은 ‘시인의 책상’이다. 집에 놓으면 딱 좋겠다 싶은 크고 반듯한 책상의 주인은 붙인 이름 그대로 매달 선정된 한 사람의 시인. 위트 앤 시니컬에 방문한 이들이 시인의 시집 한 권 을 필사할 수 있도록 마련한 자리다. 해를 등 지고 앉아서 펜으로 한 자 한 자 정성껏 시인의 문장을 빈 종이에 옮기다 보면 ‘힐링’이나 ‘위로’ 같은 마케팅 수사로 의미를 가둘 수 없는 충만한 감정이 조용히 차오른다. 위트 앤 시니컬은 시와 시인 곁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가는 길을 내주기도 한다. 정기적으로 개최하는 ‘목요 낭독회’가 대표적이다. 김소연, 김경주, 허연, 박준, 황인찬, 김민정 등 시인들이 정직하게 시를 소리 내 읽고, 관객들은 그 시를 듣는 시간이다. 놀랍게도 시 낭독회는 솔드 아웃을 기록할 정도로 매회 인기다.

위트 앤 시니컬
· 11am-11pm(월 휴무) · 서울시 서대문구 신촌역로 22-3 3F
· 070.7542.8972 · witncynical.net · instagram.com/witncynical

茶房

OSULLOC Teahouse Gangnam Store
오설록 티하우스 강남점

뻥 뚫린 8차선 왕복 도로, 쌩쌩 달리는 차, 치솟은 빌딩. 겨울, 사방팔방으로 뻗는 강남대로를 걷는 사람들은 속수무책으로 찾아오는 적막감을 감당해야 한다. 이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에서 다정히 불을 밝히던 사랑방 같았던 곳. 오설록 티하우스 강남점이 재정비를 마치고 새 모습으로 돌아왔다. 바뀐 나무 간판을 보며 잔뜩 기대감을 품은 채 오픈형 출입구로 성큼 들어선다. 1층은 곧장 오설록 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 티샵이다. 마치 선물 가게에 들어온 것 같은 즐거운 상상을 품게 하는 것은 적당히 낮춘 조도 아래 조용히 빛나는 나무 진열대. 아끼는 책이나 여행에서 가져온 기념품을 놓아도 잘 어울릴 것 같은 이 나무 진열대에는 오설록의 순수차부터 블렌디드 티, 티 푸드 등이 빼곡히 진열되어 있어 취향껏 원하는 제품을 쉽게 고를 수 있다. 곧 다가올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에 이곳은 또 얼마나 사람들로 붐빌까. 이제 티백 모양의 앙증맞은 조명이 걸린 나선형 계단을 따라 2층에 오른다. 통 유리창 가득 내리쬐는 따사로운 햇살 덕분인지 2층 티하우스는 훨씬 더 안온한 느낌을 준 다. 널찍한 공간. 유리와 철제를 접목한 파티션을 군데군데 두어 확 트인 개방감을 유지하면서도 프라이버시 또한 유연하게 만족시킨다. 티테이블은 2인이나 4인, 6인용 등으로 다양하게 갖췄으며 혼자 티하우스를 찾은 이들을 위해 바 테이블을 두기도 했다. 요즘 유행한다는 ‘혼밥’이나 ‘혼술’처럼 ‘혼차’를 즐겨 봐도 좋을 만큼 넓고 쾌적한 테이블이다. 오설록 티하우스 강남점에서 처음 시도되는 점도 있다. 오설록의 베스트셀러 제품을 직접 맛 볼 수 있는 시음공간 조성과 메뉴 제조 과정을 동상으로 보여주는 메뉴 보드다. 고객의 오 감을 사로잡고 만족시키는 오설록 티하우스의 진화를 알 수 있는 면모다.

오설록 티하우스 강남점
· 9am-10pm (연중 무휴) · 서울시 서초구 강남대로 373 홍우빌딩 1-2F
· 02.3486.6695

글. 이상현 / 사진. 황규백 Studio Sal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