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oom 2015 winter

좋은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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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심과 익살 사이 | 박요셉

지금 오설록 티하우스에 방문한 이들이라면 눈을 씻고 공간 구석구석을 살펴보길 권한다. 티테이블과 의자 같은 가구는 물론이고 조명과 소품, 진열장에 놓인 제품 패키지와 시향용 샘플들, 티와 티푸드의 담음새, 티소믈리에의 유니폼과 그들이 차를 우리고 서브하는 움직임까지… 티하우스 고객을 맞기 위해 정성스레 매만진 오설록의 야무진 손매가 새삼스러울 것이다. 그리고 이제 우리가 만날 3팀의 크리에이터들은 이 결과물을 완성시킨 숨은 조력자이자 오설록과 마음이 통하는 친구들이다.

무엇보다 티하우스 방문객의 눈을 사로잡는 바는 아름다운 그림이 그려진 제품 패키지다. 아기자기한 드로잉으로 오설록 차의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담아낸 일러스트레이션은 단번에 소장욕을 부른다. 오설록은 그간 국내의 참신한 일러스트레이터들과의 협업을 통해 이 ‘갖고 싶은 그림’을 제품에 담아낼 수 있었고, 사진 속 콧수염이 근사한 남자도 그중 한명이다.

박요셉은 늦깎이 일러스트레이터다. 홍익대학교에서 시각 디자인을 전공한 뒤 포토그래퍼로 4년을 일하다가 2011년 스물 아홉 나이에 전업작가 생활을 시작했다. 특별한 계기는 없었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최대한 효과적이고 재미있게 표현할 수 있는 매체가 일러스트였을 뿐이다. 이후 잡지, 단행본 등 출판물과 기업의 커머셜 작업 및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꾸준히 작업물을 선보여왔다. 자타공인, 그의 그림에서 가장 빛나는 면모는 ‘위트’다. 오설록의 시크릿 티 스토리, 밸런타인데이 러브 컬렉션, 크리스마스 에디션 등에 삽입된 일러스트레이션에서도 동심에 기댄 그의 분방한 상상력이 때론 서정적으로 때론 익살스럽게 표현된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제주숲과 녹차밭, 세계 각지의 여행지들 그리고 판타지 공간까지 넘나드는 그의 그림 세상에서는 오설록 요정들이 찻잔에 차와 영귤을 넣어 사랑의 묘약을 만드는 등 동화 같은 이야기, 흥미진진한 탐험기가 펼쳐진다. 박요셉은 클라이언트 일과는 별개로 개인작업도 착실히 이어가고 있다. 정직하게도 매일 한 점씩 그려온 작업들을 모아 올 해 연말에 전시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그 그림을 먼저 보고싶다면 홈페이지를 방문해보자. www.hewasme.com

방법을 디자인하다 | 디자인 메소즈 문석진, 이상필, 김기현

디자인 메소즈 Design Methods 는 세계 최경량 의자 ‘1.3체어’로 국내외 디자인계의 주목을 한몸에 받았다. 무게가 1.28kg에 불과한 이 의자의 재료는 발사나무다. 수수깡처럼 가볍지만 무르고 약해서 서핑보드나 피아노 부품 등으로 사용되었던 것을 압축성형으로 강도를 높인 끝에 의자 소재로 사용할 수 있었다. 영국 런던 디자인 뮤지엄의 올해의 디자인, 미국산업디자인협회 IDEA 등 굵직한 디자인 어워드에서 연이어 트로피를 거머쥔 이유는 결국 혁신적인 소재와 기술의 발견, 그리고 이를 실현시켜낸 강직한 집념에 있을 것이다.

‘방법을 디자인한다 We design methods’는 스튜디오 모토에 걸맞게 디자인 메소즈는 조형적 아름다움을 탐하기 앞서 개념과 본질에 대한 물음으로부터 실마리를 푼다. 이를테면 서울의 한 어학원에서 의자를 만들어 달라는 주문에 학생들의 자세 습관, 학업 환경, 수업 시스템 등을 조사하는 것도 모자라 체형별 수강생 엉덩이를 석고본으로 떠 실험했을 정도다. 이 의자는 2013 코리아디자인어워드에서 리빙디자인부분 대상을 받았다. 따라서 오설록 티하우스 체어 컬렉션 역시 만듦새보다는 탄탄한 프로세스를 먼저 주목해야 한다.

디자인 메소즈는 한국의 차 역사와 문화에 대한 심도 있는 공부는 물론이고, 오설록의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핵심 가치를 반영하기 위해 제주도를 답사하며 관련 자료를 수집하는데 정성과 시간을 쏟았다. 특히 간결하고 소박하기에 더없이 기능적인 제주의 공예는 이들에게 많은 영감을 불러일으킨다. 실용성이 빚어내는 단순함의 미덕은 오설록 체어 컬렉션에서도 여실히 빛난다.

나무 자체가 가진 무늬와 결을 최대한 살리는 제주 목공예의 특징을 반영해 최소한의 기본 생산 공정만으로 완성되는 목재 등받이뿐 아니라 조립 및 해체가 간편한 구조, 오염시 세탁이나 교체가 용이한 좌판 등도 그 영향 아래 있다. 푹신푹신한 쿠션 대신 낭창낭창한 끈을 엮어 만든 웨빙 Webbing 좌판에는 차 한 잔에 몸과 마음을 살피는 다도의 정신을 담았다고 한다. 과연 옛 다인들도 기꺼이 앉을 만한 의자다. www.designmethods.kr

가까이, 더 가까이 | 김아린

비 마이 게스트 Be My Guest 의 김아린 대표는 명실공히 국내 F&B 분야의 스타로 손꼽힌다. 2004년, 개념조차 생소했던 브런치 카페를 처음 한국에 상륙시킨 이래 카페 무이무이, 테이크 어반, SSG 푸드마켓 등 트렌드의 최전방에 있는 수많은 식공간들이 그녀의 손길을 거쳐 탄생했다. 다수의 핫 플레이스를 만들어냈다는 높은 승률보다 새로운 문화를 제안했다는 점에서 김아린의 존재감은 단연 돌올하다.

이화여대에서 조형예술학을 전공한 뒤 파리에서 예비 셰프로 공부하다가 외식 경영으로 진로를 바꾼 독특한 이력, 불문학자 아버지에게 배운 인문학적 소양과 미술가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예술적 재능 등이 식문화 트렌드를 읽어내는 탁월한 안목의 토대일 것이다. 레스토랑 컨설턴트로서 그녀가 맡는 일은 무척이나 많다. 컨셉부터 인테리어 제안, 메뉴 선정, 주방 세팅, 유니폼, 식기, 하다못해 냅킨 하나까지 식공간의 전체와 세부를 일일이 조율해야 한다. 결국 고객이 공간에서 맞닥뜨리는 거의 모든 곳에 그녀의 직관과 감성이 발휘될 수밖에 없다.

2012년, 오설록과의 첫 프로젝트였던 티하우스 압구정점에서는 다양한 티와 티푸드의 메뉴 개발뿐 아니라 근본적으로 고객이 차를 마시는 방법과 환경에 대해 고민했다. 가정이 아닌, 티하우스에서 차를 음용하는 가치와 즐거움을 전하기 위해 차를 우리고 내고 마시는 방식을 메뉴얼화했다. 사실 압구정점은 오설록 티하우스가 한국의 전통 차 문화에 젊은 감성을 본격적으로 더하기 시작한 곳이다.

어렵고 엄숙하게만 느껴지던 차를 살갑고 가깝게 느끼게 하는 것, 그 접점을 찾아주는 것이 그녀의 숙제였던 셈이다. 반면 이듬해 개관한 제주 티스톤에서는 우리 차 문화의 정수를 오롯이 경험 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특히 티스톤 상층에서 운영되는 티 클래스의 아름다운 신 Scene 을 만들기 위해 다기부터 한 줄 가이드까지 공을 들였다고 한다. 그녀에게 전통이란 과거에서 시작해 현재의 삶에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때밀이 수건조차 전통이라면 전통이라는 그녀의 유연한 생각이 차와 우리의 친근한 만남을 주선했던 게 아니었을까. www.bemyguest.co.kr

글. 이상현사진. 안성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