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entea FOR ME 2017 summer

오후만 있던 토요일·김종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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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디자이너 김종완은 토요일 오후, 아무도 없는 사무실을 홀로 찾는다. 그날의 날씨와 분위기에 맞게 차를 골라 혼자만의 티타임을 갖는다. 반려견 켄과 밤도 꾸벅꾸벅 낮잠을 자는 평화로운 토요일 오후. 그를 만났다.

edit. 이상현 - photographs. 이주연

김종완은 지금 서울에서 가장 주목받는 공간 디자이너 중 한 명이다. 파리의 디자인 명문대학 에콜 카몽도 최연소 입학, 전설적인 디자이너 패트릭 주앙의 스튜디오에서 공간 디자인 디렉터로 일한 경력을 차치하고라도, 한국 정착 1년여 만에 보여준 굵직굵직한 프로젝트들은 그에게 쏠리고 있는 관심을 명쾌하게 설명한다. 요즘 그는 하루를 분으로 쪼개 가며 정신 없이 일주일을 살고 있다. 토요일 이 시간이 그에게 더 소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일단 금요일 밤에 술을 마시고요. (웃음) 늦어도 11시 즈음 사무실에 나와요. 차와 다과로 가볍게 점심을 하고, 밀린 개인 작업을 시작하죠." 밀린 개인 작업은 대부분 핸드 드로잉이다. 그는 아직도 컨셉 스케치와 도면 작업을 손으로 한다. 따뜻한 홍차를 마시며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풀어내 그림으로 표현한다.

따뜻한 홍차를 마시며 홀로 개인 작업에 몰두하는 토요일 이 시간은 그에게 더없이 소중하다.

사실 내가 김종완의 이름을 기억하게 된 계기는 지난 4월에 열린 서울리빙디자인페어 덕분이었다. 그는 작품 '미드나잇 티 앳 홈(Midnight Tea at Home)'을 선보여 관람객의 발길을 여지없이 붙들었다. 마음이 동했던 점은 때로 차 한잔을 앞에 두고 진솔한 대화를 할 수 있는 티룸이 되고, 때로는 술 한잔을 함께 기울이는 라운지바가 되는 그 유연하고 '쿨'한 쓸모였다. 가장 동시대적인 다실을 제안했다고 할까. 오늘을 사는 도시인이 꿈꾸는 방식의 힐링 타임.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사회적 네트워크를 유지하는 게 중요한 직업이긴 해요. 파티, 행사장 등에 어쩔 수 없이불려 다니긴 하지만, 그래도 되도록 개인적인 시간, 소중한 사람들과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해요."

강아지들과 동네를 산책하고 돌아온 뒤에는 레몬을 넣은 아이스티를 마신다.
북유럽 디자인숍 인터로그가 소개하고 있는 노만 코펜하겐은 그가 가장 좋아하는 티웨어 브랜드다.

혹시 차를 접하고 즐기면서 갖게 된 변화는 아닐까. "솔직히 저도 차를 즐기기 시작한 건 얼마 되지 않았어요. 한남동 생활을 시작하면서 스튜디오 근처 티샵에 지인들과 방문하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제 감정과 컨디션에 따라 차를 추천받고 또 즐기면서 막연히 어렵다고 생각했던 차에 대한 편견이 깨지기 시작했어요. 이제는 다양한 종류의 차를 골라 마시고 있죠. 또 차는 술과는 또 다르게 속 깊은 대화의 물꼬를 터주잖아요. 사무실 식구들, 클라이언트와도 티타임을 자주 가지려고 해요." 차 한잔을 앞에 두고 김종완과 대화를 나누는 이 시간 자체가 차의 정서적 기능을 이미 설명하고 있다. 어느새 바닥이 난 레몬 아이스티. 그가 한 잔을 더 청한다. 이야기는 아직 더 남았다는 듯이."
 
* 기사 전문은 <오설록> 매거진 2017년 상반기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오설록>은 전국 오설록 티하우스와 티샵에서 무료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