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까지 '첫 입'의 감동을 지키는 법
달콤한 디저트를 고를 때 우리는 늘 고민합니다.
대개는 늘 마시던 커피나 차를 고르곤 하죠.
하지만 아쉽게도 그 선택이 디저트의 매력을
끝까지 지켜주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입안에 쌓이는 단맛 탓에 처음의 감동이 무뎌지는 것처럼요.
이때 제대로 고른 차 한 잔은 입가심 이상의 힘이 있습니다.
무엇을 페어링하느냐에 따라, 다시 첫 입의 설렘을 느끼게 하니까요.
오늘은 그런 익숙한 찻자리에 새로운 안목을 더해볼 시간입니다.
‘티 타임, 정말 완벽했다’는 확신을 선물할
오설록만의 티푸드 페어링 공식을 알려드릴게요.
완벽한 조화, 마리아주(Mariage)
우리는 이것을 미식의 언어로 ‘마리아주(Mariage)’라고 부릅니다.
프랑스어로 ‘결혼’을 의미하듯, 서로 다른 둘이 만나 더 큰 즐거움을 선사할 때 쓰이는 표현이죠.
실패 없는 마리아주를 위한 두 가지 기준을 기억하세요.
맛의 무게
반대로 섬세하고 가벼운 디저트에는 맑고 깨끗한 차가 어울리죠.
어느 한쪽도 다른 쪽을 압도해서는 안 됩니다.
보완과 대비
버터의 유분기는 깔끔한 여운으로 눌러주세요.
이 균형이 맞춰졌을 때 디저트의 풍미는 배가 됩니다.
녹차
섬세한 감칠맛부터 깊은 구수함까지
특히 세작은 우리는 방식에 따라 전혀 다른 성격을 보여주는데요.
녹차는 워낙 섬세해서 크림이나 버터의 비중이 높은 디저트와 만나면 은은한 향이 묻히기도 합니다.
이 미묘한 균형을 지키는 것이 녹차 페어링의 핵심입니다.
‘고소함의 여운을 남기는 깔끔한 마무리’
세작을 연하고 부드럽게 우렸을 때는 담백한 티푸드가 가장 좋습니다. 바삭하게 부서지는 비스코티의 식감 뒤에 연한 세작 한 모금을 머금어 보세요. 맑은 찻물이 견과류의 기름기는 가볍게 걷어내고, 기분 좋은 고소함만 남깁니다.
‘쌉쌀한 감칠맛과 부드러운 크림의 조화’
크림이 풍부한 롤케이크에는 세작을 평소보다 진하게 우려보세요. 찻잎의 쌉쌀한 감칠맛이 살아나며 롤케이크의 크리미한 질감을 힘 있게 받쳐줍니다. 자칫 무거울 수 있는 크림의 뒷맛을 차가 정리해 주어 다음 한 입을 자연스럽게 부릅니다.
‘입안 가득 겹쳐지는 싱그러운 딸기의 향’
과일 향이 가미된 블렌딩 티는 향의 결을 맞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같은 과일이 겹칠 때 이질감 없이 향이 또렷해지기 때문이죠.
같은 맛이 레이어드 되어 상큼함이 배가 되는 싱그러운 페어링을 꼭 즐겨보세요.
호지차
로스팅으로 완성한 깊고 구수한 반전
맑은 녹차와는 또 다른 반전 매력을 가지고 있죠. 로스팅 향은 초콜릿과 특히 잘 어울리며,
떡이나 호두정과 같은 전통 다식과도 훌륭한 조화를 이룹니다.
‘향으로 공명하는 짙은 여운’
호지차의 로스팅 향과 초콜릿의 쌉싸름함은 쌍둥이처럼 닮아있습니다. 함께 즐기면 초콜릿의 텁텁함은 줄어들고, 향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한층 짙고 안정적인 여운을 남깁니다.
‘전통의 맛을 담은 한국적인 조화’
쫄깃한 떡 다식과 구수한 차의 조합은 오설록 티하우스 북촌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즐거움입니다. 시그니처 메뉴인 '북촌의 색동' 과 함께 차 한 잔의 여유를 만끽해 보세요.
홍차
묵직함을 덜어내고 남는 여운
‘진한 꾸덕함을 부담 없이 즐기는 방법’
꾸덕한 녹차 크림과 가나슈가 혀에 착 감길 때, 홍차가 그 무게감을 깔끔하게 덜어냅니다. 무화과의 단맛과 너티한 초콜릿 향이 차례로 살아나며 진한 디저트도 질리지 않고 오래 즐길 수 있습니다.
‘화사한 동백향과 상큼한 베리의 만남’
상큼한 동결건조 딸기에 진한 말차 초콜릿이 입혀진 트러플에는 향의 인상이 밝은 홍차가 제격입니다. 플로럴한 향과 열대과일의 산뜻함이 겹치며, 초콜릿의 달콤함을 우아하게 끌어올리거든요. 상큼함에서 차분함으로 이어지는 균형 잡힌 페어링입니다.
‘고소함이 겹쳐질 때 생기는 안정감’
제주 티뮤지엄 매장에서만 판매되는 우도 땅콩 블랙티는 같은 원재료의 디저트와 페어링해 보세요. 랑드샤의 달콤하고 부드러운 고소함에 블랙티 특유의 쌉쌀한 여운이 더해지며, 맛의 방향이 자연스럽게 분리됩니다. 땅콩과 땅콩이 겹쳐지지만 고소함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조합입니다.
당신의 취향이 기준이 되는 시간
차를 마시는 데 정답은 없습니다.
내가 맛있으면, 그것이 곧 최고의 마리아주이니까요.
하지만 우리는 생각보다 맛의 잠재력을 놓치곤 합니다.
어떤 차를 곁들이느냐에 따라 같은 디저트도
전혀 다른 인상을 남기기도 하거든요.
디저트의 풍미는 어울리는 차를 만났을 때 더 선명해지고,
미식의 완성은 다 먹은 뒤 남는 여운에서 결정됩니다.
조각 케이크 하나를 먹더라도 그 조합을 한 번 더 고민하는 세심함.
그 차이가 평범한 하루를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찻자리로 바꿔줄 거예요.
오늘 당신의 티타임에는 어떤 페어링이 가장 기다려지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