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올 한 해 가장 눈에 띄는 트렌드를 꼽는다면, 단연 말차를 빼놓을 수 없을 거예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셀럽들이 말차 라떼를 즐기는 모습을 SNS에 올리는 것은 물론,
말차를 활용한 다양한 디저트들이 꾸준히 출시되고 있죠. 말차 특유의 색감과 감성은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확산되며 ‘말차 코어’라는 새로운 키워드까지 탄생시켰습니다.
세계적으로 ‘녹색 금’이라 불리며 품귀 현상까지 빚고 있는 말차.
하지만 정작 어떤 말차가 좋은 말차인지 구분하는 방법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말차에 대한 안목을 기를 수 있도록 좋은 말차의 기준과 그 탄생 과정을 함께 살펴보려 합니다.
말차에서 쌉싸름함과 단맛이 나는 이유
많은 분들이 말차를 단순히 녹차 잎을 곱게 갈아 만든 차로 알고 계시지만, 실제로는 재배 방식부터 가공 과정까지
일반 차와는 완전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말차는 다른 차보다 풍미가 훨씬 깊고 진하게 느껴지는데요.
특히 쌉싸름한 맛과 단맛이 함께 어우러지는 것이 말차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할 수 있죠.
사실 말차의 독특한 맛에는 과학적인 이유가 숨어 있습니다.
바로 차나무(학명 Camellia sinensis, L.) 속에 들어 있는 아미노산과 카테킨의 비율 때문인데요.
이 균형이 차의 품질을 결정합니다.
- 아미노산이 많고, 카테킨이 적으면 부드럽고 감칠맛이 풍부한 고급 녹차를 만들 수 있습니다.
- 반대로 카테킨이 많고 아미노산이 적으면, 쓰고 떫은 맛이 강해집니다.
“이 말차는 감칠맛이 진하니 아미노산이 함량이 높구나”하고 이해하면,
말차를 마실 때 맛의 단계를 더 섬세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좋은 말차일수록 아미노산(특히 테아닌)과 카테킨의 균형이 잘 맞아 입안에서 쌉싸름함과
감칠맛의 여운이 길게 남는 깊은 맛을 만들어내죠.
다 똑같은 말차가 아니에요?
좋은 말차가 가지고 있는 특징
겉보기에 비슷해 보여도, 말차는 색·향·맛, 그리고 질감에 따라 품질의 차이가 매우 큽니다.
그래서 좋은 말차의 기준을 알고 있으면 진짜 말차와 그렇지 않은 제품을 쉽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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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색
고품질 말차는 밝고 선명한 녹색을 띄는데, 차광 재배 덕분에 엽록소 함량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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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향
풀향 보다는 부드럽고 고소한 향이 나는 것이 좋습니다. 오래되거나 품질이 낮은 말차는 비린내나 텁텁한 향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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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맛
아미노산 함량이 높아 감칠맛이 풍부하며, 쓴맛과 떫은 맛이 적은 것이 이상적 맛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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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질감
말차는 미세하게 분쇄된 분말이어야 하며, 입자가 고울수록 입에서 한층 부드럽게 느껴집니다.
어떤 말차는 쌉싸름한 맛이 강한 제품도 있고, 또 어떤 것은 부드럽고 고소한 풍미가 두드러지기도 합니다.
이처럼 좋은 말차의 기준을 미리 알고 있으면, 내가 어떤 맛과 향을 좋아하는지 명확히 구분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감으로 고르는 것이 아니라 독자분들만의 취향으로 선택할 수 있게 되는 거죠.
좋은 말차를 만들기 위해서 필요한 핵심 조건
지금까지 좋은 말차의 특징을 살펴보았습니다. 맛과 향을 구분하는 안목도 중요하지만 사실 더 중요한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말차가 만들어지는 조건이에요. 좋은 말차는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어우러져야 탄생합니다.
말차를 마시기 전, 재배 방식과 가공 과정을 이해한다면 말차를 훨씬 깊이 있게 즐길 수 있을 거예요.
우선 말차는 차광재배한 찻잎을 수확한 뒤 전용 설비에서 가공하고, 맷돌 등으로 곱게 갈아 만든 미분말 형태의 차를 말합니다.
ㅣ말차 생산을 위한 특별한 재배 방법
일반적으로 차는 햇빛을 그대로 받으며 자란 잎을 채엽해 만듭니다.
그러나 말차는 조금 다른데요.
차광 재배라는 방식을 통해 일정 기간 빛을 차단해 키우죠. 보통 이른 봄, 새싹이 자라는 약 2~3주 동안 차밭을 덮어 햇빛을 가려줍니다.
식물은 햇빛을 잘 받을 수 없으면 에너지를 얻기 힘들어지고, 결국 부족한 햇빛을 더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 스스로 엽록소를 만들어 내어 진한 녹색을 띠게 되는 거에요. 성분 변화도 뚜렷합니다.
떫은맛을 내는 카테킨은 줄고, 부드럽고 감칠맛을 내는 아미노산은 늘어나게 됩니다.
ㅣ좋은 말차 원료를 만드는 전용 설비
가공 공정이 섬세하고 정교한 과정을 거쳐야 좋은 말차 원료를 만들수 있습니다.
선명한 녹색을 유지하고 산화를 방지하기 위해 수확 즉시 뜨거운 증기로 쪄냅니다.
그리고 말차 고유의 색과 맛을 유지하기 위해 줄기와 잎을 분리하여 서서히 건조를 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좋은 원료를 만들 수 있습니다.
ㅣ말차의 질감을 다양하게 변화시켜 줄 분쇄 공정
분쇄 방법으로 맷돌 방식이 전통적인 방법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에는 품질을 유지하면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분쇄 공정들이 개발되어 보다 위생적이고 고품질의 분말화 공정들이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ㅣ고품질 유지 시스템
말차는 가루 형태라 공기와 빛에 매우 민감합니다. 그 결과 산화가 쉽게 일어나 색이 탁해지고 맛이 변질되기 쉽기 때문에 생산 직후 차단 포장과 저온 보관을 통해 신선도를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요. 오설록은 위의 조건들을 차밭-가공-포장의 일원화된 생산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보다 품질 관리에 유리한 조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주에서 탄생하는 오설록 말차
오설록이 위치한 제주 역시 말차 재배에 적합한 떼루아(땅)를 지니고 있습니다. 화산암으로 이루어진 비옥한 토양은 배수가 잘되고, 미네랄이 풍부합니다. 또한 겨울에도 심한 추위가 없고, 여름에는 바람과 비 덕분에 온화한 해양성 기후가 형성되어 차나무가 자라기 좋은 환경을 제공하죠.
ㅣ온화한 기후와 토양
좋은 말차가 되기 위해서는 재배 환경도 매우 중요합니다. 안개가 자주 끼는 지역은 직사광선을 완화해 차광 효과와 비슷하게 작용하는데요. 이 덕분에 테아닌 분해가 억제되어 감칠맛이 깊어집니다. 또한 밤낮으로 일교차가 크면 아미노산 축적이 늘어나 풍미 있는 잎을 키우는 데 유리합니다. 배수가 잘되는 토양은 뿌리를 건강하게 하고, 미네랄이 풍부한 사질 토양은 찻잎 성장에 이상적이죠.
ㅣ과학 영농 중심의 고품질 말차 생산
식물은 햇빛을 이용해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CO₂)를 산소(O₂)와 식물이 필요한 에너지로 바꾸게 되는데, 이 과정을 광합성(Photosynthesis)이라고 합니다. 이 광합성은 식물의 잎에 포함된 엽록소라는 색소(Pigment)에서 일어나며, 엽록소는 녹색을 띠는 물질이기 때문에 찻잎도 녹색으로 보이죠. 그런데 햇빛이 줄어들면, 식물은 부족한 빛을 보완하기 위해 엽록소 생성을 더욱 활발히 합니다. 그 결과 찻잎의 색은 점점 깊어지고, 말차 특유의 선명하고 짙은 초록빛이 완성됩니다.
이런 식물의 자연스러운 생존 매커니즘을 활용해 인간이 의도적으로 빛을 조절하는 재배법이 바로 차광 재배입니다. 차광 재배의 방식에 따라 다양한 품질의 말차가 만들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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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차광
차나무 위에 바로 차광막을 덮는 방식으로 80~90%의 빛을 차단하는 형태입니다. 약 2~3주간 차광을 하죠. 일반차광은 오설록의 프리미엄말차와 가루녹차의 원료를 위해 생산되는 방법이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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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 차광
차나무 위에 바로 차광막을 씌우는 대신, 마치 집처럼 일정한 공간을 두고 두 겹의 차광막을 설치한 95% 이상의 빛을 차단합니다. 이중으로 빛을 막아줄수록 잎은 더욱 진하고, 맛은 한층 부드러워지는 특징을 가지고 있어요.
차광이 시작되면 시기에 따라 빛의 양과 차단 정도를 세밀하게 관리하여 전체 차광 기간은 24일을 넘지 않도록 후반부에는 생엽을 분석하면서 최적의 생산시기를 결정합니다. 최고급 품질의 말차를 생산하는데 이용하는 차광 방식이기도 합니다.
최근 말차는 전 세계적인 트렌드로 자리 잡았지만, 그 본질은 언제나 자연에서 시작됩니다. 말차 한 잔 속에는 자연과 사람의 정성이 함께 담겨 있죠. 좋은 말차를 알아보는 안목은 작은 궁금증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이제 말차를 마실 때 색과 향을 느끼고, “이 말차는 어디서 왔을까?”라는 질문을 던져보세요.
그 작은 질문이 말차의 안목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될 거예요. 그럼 오늘 말차 한 잔 어떠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