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Letter 2017 summer

Meet the Tea Lov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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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혼자 마시는 것은 신비롭고, 두 사람이면 가장 좋고, 서넛이면 멋스러우며 (중략) 일곱 여덟이면 베푸는 것이다."
초의선사가 쓴 <다신전>에서 이 구절을 발견했을 때, 물리고 과장된 표현이지만, 망치로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우선 그의 통찰력에 놀랐고, 다음은 그 말이 지금 이 시대에도 유효하다는 사실에 더 놀랐습니다. 조선 시대 다인茶人의 고언을 통해서, 차란 ‘관계’ 속에서 다른 수색과 향기로 우러난다는 사실을 비로소 깨우칩니다. 분명 같은 종류인데도 어떤 날 차가 더 떫거나 더 달거나 더 쓰거나 더 고소하게 느껴지던 이유가 비단 찻물의 온도, 찻잎이 우러난 시간 때문만은 아니었음을.
나와 나, 나와 너, 우리, 그리고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차를 새롭게 느낄 수 있을 때, 차와 함께하는 우리의 삶이 더욱 풍요로워짐을.
그래서 <오설록>은 차를 사랑하는 사람들, 일명 ‘티 러버’를 만났습니다. 혼자 갖는 차 시간부터 부부의 티타임, 가족의 찻자리, 지인들과의 티파티까지, 일부러 각기 다른 성격의 찻자리에 초대되길 간청했습니다. 그 무궁무진한 맛을 감별할 요량이었습니다.
지극히 사적인 시간인데도 기꺼이 다실 문을 활짝 열어주신 분들께 지면을 빌어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시작부터 시음평을 해보자면, 그들이 건넨 한잔의 차에서 (과장을 한 두 스푼 더해) 사색의 맛과 공감의 맛, 위로의 맛, 베풂의 맛, 나눔의 맛,인생의 맛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직도 생생한 그 맛을 떠올리니 침이 고입니다. 서둘러 찻물을 올려야겠습니다.
문득, 지금 당신 앞에 놓인 차는 어떤 맛일지도 궁금합니다. 새롭게 개편한 <오설록>과 함께하는 동안, 더욱 감칠맛이 나길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