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r Tea time 2015 winter

茶와 음악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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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와 음악은 서로를 질투하지 않는다.
차의 풍미는 음악과 함께 깊어지고, 음악의 여운은 다향에 실려 길어질 뿐이다.

제주 스위트 브라운 | Kaji Hideki, <Tea>

찌뿌둥한 아침을 깨우는 데는 블렌딩티와 빵 한 조각, 신나는 어쿠스틱 음악이면 충분하다. 10년 넘게 줄곧 시부야계 사운드를 만들어온 카지 히데키의 노래 <티>는 마치 아침 티타임의 배경음악용으로 작곡한 듯 잘 어울린다. 실제로 그는 수많은 CF송을 제작·프로듀스하면서 명성을 쌓았고, 국내에서는 우스개지만 ‘원조 초식남’ ‘원조 우엉남’으로 불리며 마니아 팬층을 거느리고 있다. 씩씩하게 하루를 여는 기지개 같은 노래 <티>의 달콤한 멜로디와 함께 즐길 차로 제주 스위트 브라운을 골랐다. 깊고 그윽한 삼다연에 카카오와 캐러멜향을 블렌딩 해 한층 달콤한 맛과 향이 늦추위에 아침부터 꽁꽁 얼어붙는 몸을 따뜻하게 녹여줄 것이다.

달빛걷기 | 이병우, <혼자 갖는 茶 시간을 위하여>

계속되는 미팅과 회의, 끊임없이 울려대는 전화에 치이듯 하루를 지내다 보면, 홀로 조용히 갖는 애프터눈 티타임이 간 절해진다. <마더> <왕의 남자> <스캔들> 등의 영화음악으로 유명한 이병우의 기타 연주곡 <혼자 갖는 茶 시간을 위하여> 는 차의 온기만으로 지치고 식어버린 마음이 따뜻하게 데워지는, 바로 그런 충만한 시간에 대한 예찬가다. 그 오붓한 찻자리에 어울리는 차로 달빛걷기가 어떨까 한다. 제주 밤바다처럼 그윽한 삼다연에 달무리처럼 은은하게 배향이 스며든 블렌딩티가 지친 어깨를 다독일 것이다. 음악이 끝나면 이제 찻잔을 물리고 일상으로 복귀해야 할 때. 장갑을 끼고 목도리를 둘둘 말고 큰 보폭으로 성큼 걸어본다.

제주난꽃향 그린티 | Nat King Cole, <Tea for Two>

바쁜 일과를 마치고 돌아온 집. 어두컴컴하고 썰렁한 방에 온기를 더하고자 서둘러 찻물을 올리고 턴테이블의 볼륨도 한껏 키운다. 차와 관련한 가장 대표적인 명곡으로 손꼽힐 <티 포 투>가 오늘의 첫 곡. 수많은 뮤지션들이 자청해 연주 해온 넘버지만 특별히 냇 킹 콜의 <티 포 투>는 몸과 마음이 자꾸 가라앉고 무거워질 때 듣는 특효약이다. 손가락으로 물방울을 튕기듯 경쾌한 리듬과 재즈풍의 피아노 선율을 듣다 보면 시끄럽던 머리가 무르도록 순해진다. 노래가 끝날 즈음 펄펄 끓은 찻물을 찻잔에 붓는다. 1년에 단 10일만 꽃을 피운다는 제주한란의 청아한 향이 서서히 코끝까지 번진다. 다음 곡이 플레이되기까지의 짧은 공백, 다향이 더 진해진다.

글. 이상현사진 및 스타일링. 박세훈